1. 2010년의 무모한 도전, 마라톤과의 질긴 인연
내 인생 첫 마라톤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같은 팀 팀장님, 주임님과 함께 무작정 하프 마라톤을 신청하고 나간 것이 계기였다. 21km가 얼마나 긴 거리인지, 내 주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마라톤과의 질긴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엔 스마트 워치도 없어 나이키 러닝 앱 하나에 의존해 달렸다. 매년 한 번씩 하프 마라톤에 출전했고, 대회를 앞둔 한 달 전부터 헬스장이나 한강을 뛰는 게 전부였다. '1년에 한 번 하프 마라톤 뛰는 사람'이라는 뿌듯함은 있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내 페이스도 몰랐고, 완주 전략 따위는 있을 리 만무했다.
2. '달리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다 (월 100km의 약속)
2024년 4월, 직장에 복귀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퇴근길, 파주에서 은평으로 넘어오는 창릉천 끄트머리에 차를 세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점차 탄력이 붙어 10월부터는 월 100km 이상을 달렸다. 나는 이때부터가 진짜 러닝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월 20회 이상, 10시간에서 16시간을 쏟아부으니 비로소 스스로를 '좀 달리는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9개월이 넘어가자, 엄두도 못 냈던 '풀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버킷리스트에 풀코스 완주를 적어두긴 했지만, 그 고통스러운 하프를 두 번이나 뛰어야 한다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한 달에 150km 이상 꾸준히 달리다 보니 20km는 거뜬해졌고, 30km 장거리주(LSD)도 월 1~2회 소화하게 되었다. 이 자신감이 풀코스 신청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3. 전반 20km의 환희, 그리고 찾아온 '32km의 벽'
거두절미하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2025년 11월 8일 해남에서 인생 첫 풀 마라톤을 완주했다. 기록은 3시간 29분 41초.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지만, 동시에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종목임을 몸소 깨달았다. 초반 3km 내리막에서 오버페이스를 조심하라는 주최 측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내 심박수는 120~140bpm 수준으로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20km 지점까지 4:20~4:30 페이스를 유지하며 하프 최고 기록(PB, 1시간 34분)까지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싱글(3시간 10분)은 몰라도 3시간 15분은 충분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마라톤은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5km 지점을 지나자 페이스가 5:00까지 떨어졌는데도 심박수는 170bpm으로 치솟았다. 32km부터는 페이스를 아무리 낮춰도 심박수가 170~175bpm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젖산이 쌓여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에너지 젤을 털어 넣어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은 10km가 까마득했다.
4. 심박수 175bpm의 사투, 나를 결승선으로 이끈 것들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버티기'였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쥐가 나고, 우측 복부 통증이 5km 이상 이어지며 진정한 '사점(Dead Point)'을 경험했다.
꾸역꾸역 결승선을 향해 뛰는 사람들을 보며, 지난 1년간 땀 흘린 시간을 떠올렸다. 결승선에서 기다릴 아내를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이런 생각들로 버텨냈다. 마침내 마지막 1km의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이 기분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5. 육체의 통제, 세상사를 마주할 용기
마라톤은 참 묘한 운동이다. 분명 힘들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계속 달리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 정신이 육체를 통제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내 힘으로 통제해야만 하는 세상사에 맞설 용기를 준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연례행사로 뛰던 나는 지난 1년 사이 많이 성장했다. 러닝 경험과 인사이트를 치료 중인 어르신들과 공유하며 인내의 가치를 나누기도 하고, 직장 동료나 아내와 함께 달리기도 한다. 올해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10km 마라톤을 함께 완주했다.
6. 가치를 더하는 달리기, 2026년 기부런을 꿈꾸며
2026년의 러닝은 나를 또 어디로 인도할지 궁금하다. 참, '기부런'이라고 하던가? 2026년에는 내가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해볼 예정이다. 나의 러닝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작업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내가 운영하는 작업 공방을 통해 공유하려 한다.
(나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몸 상태와 상황에 맞춰 즐기는 러닝을 이어가면 좋겠다. 2026년, 모두 자신만의 운동으로 건강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이 좋은 러닝을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강력히 권한다.

<대학특강, "몰입과 현존감에 대해" 강의 슬라이드 중>

<대학특강, "몰입과 현존감에 대해" 강의 슬라이드 중>

<5년간 러닝 마일리지 변화>

<첫 풀마라톤 완주 후>
1. 2010년의 무모한 도전, 마라톤과의 질긴 인연
내 인생 첫 마라톤은 2010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같은 팀 팀장님, 주임님과 함께 무작정 하프 마라톤을 신청하고 나간 것이 계기였다. 21km가 얼마나 긴 거리인지, 내 주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렇게 마라톤과의 질긴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엔 스마트 워치도 없어 나이키 러닝 앱 하나에 의존해 달렸다. 매년 한 번씩 하프 마라톤에 출전했고, 대회를 앞둔 한 달 전부터 헬스장이나 한강을 뛰는 게 전부였다. '1년에 한 번 하프 마라톤 뛰는 사람'이라는 뿌듯함은 있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내 페이스도 몰랐고, 완주 전략 따위는 있을 리 만무했다.
2. '달리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다 (월 100km의 약속)
2024년 4월, 직장에 복귀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퇴근길, 파주에서 은평으로 넘어오는 창릉천 끄트머리에 차를 세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점차 탄력이 붙어 10월부터는 월 100km 이상을 달렸다. 나는 이때부터가 진짜 러닝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월 20회 이상, 10시간에서 16시간을 쏟아부으니 비로소 스스로를 '좀 달리는 사람'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9개월이 넘어가자, 엄두도 못 냈던 '풀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버킷리스트에 풀코스 완주를 적어두긴 했지만, 그 고통스러운 하프를 두 번이나 뛰어야 한다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한 달에 150km 이상 꾸준히 달리다 보니 20km는 거뜬해졌고, 30km 장거리주(LSD)도 월 1~2회 소화하게 되었다. 이 자신감이 풀코스 신청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3. 전반 20km의 환희, 그리고 찾아온 '32km의 벽'
거두절미하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2025년 11월 8일 해남에서 인생 첫 풀 마라톤을 완주했다. 기록은 3시간 29분 41초.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지만, 동시에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종목임을 몸소 깨달았다. 초반 3km 내리막에서 오버페이스를 조심하라는 주최 측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내 심박수는 120~140bpm 수준으로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20km 지점까지 4:20~4:30 페이스를 유지하며 하프 최고 기록(PB, 1시간 34분)까지 달성했다. 이대로라면 싱글(3시간 10분)은 몰라도 3시간 15분은 충분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마라톤은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25km 지점을 지나자 페이스가 5:00까지 떨어졌는데도 심박수는 170bpm으로 치솟았다. 32km부터는 페이스를 아무리 낮춰도 심박수가 170~175bpm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젖산이 쌓여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에너지 젤을 털어 넣어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은 10km가 까마득했다.
4. 심박수 175bpm의 사투, 나를 결승선으로 이끈 것들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버티기'였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쥐가 나고, 우측 복부 통증이 5km 이상 이어지며 진정한 '사점(Dead Point)'을 경험했다.
꾸역꾸역 결승선을 향해 뛰는 사람들을 보며, 지난 1년간 땀 흘린 시간을 떠올렸다. 결승선에서 기다릴 아내를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이런 생각들로 버텨냈다. 마침내 마지막 1km의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이 기분은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5. 육체의 통제, 세상사를 마주할 용기
마라톤은 참 묘한 운동이다. 분명 힘들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계속 달리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 정신이 육체를 통제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내 힘으로 통제해야만 하는 세상사에 맞설 용기를 준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연례행사로 뛰던 나는 지난 1년 사이 많이 성장했다. 러닝 경험과 인사이트를 치료 중인 어르신들과 공유하며 인내의 가치를 나누기도 하고, 직장 동료나 아내와 함께 달리기도 한다. 올해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10km 마라톤을 함께 완주했다.
6. 가치를 더하는 달리기, 2026년 기부런을 꿈꾸며
2026년의 러닝은 나를 또 어디로 인도할지 궁금하다. 참, '기부런'이라고 하던가? 2026년에는 내가 달린 거리만큼 기부를 해볼 예정이다. 나의 러닝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작업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내가 운영하는 작업 공방을 통해 공유하려 한다.
(나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몸 상태와 상황에 맞춰 즐기는 러닝을 이어가면 좋겠다. 2026년, 모두 자신만의 운동으로 건강하시길 바란다. 하지만 가능만 하다면, 이 좋은 러닝을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강력히 권한다.
<대학특강, "몰입과 현존감에 대해" 강의 슬라이드 중>
<대학특강, "몰입과 현존감에 대해" 강의 슬라이드 중>
<5년간 러닝 마일리지 변화>
<첫 풀마라톤 완주 후>